https://youtu.be/Bt9n9-3nqok

내가 만들어낸, 나만의 이상향 속에서….




호그와트에서의 나날이 익숙해질 법했다. 짧지 않은 4년이라는 기간. 매년 곁에 있는 아이들은 비슷했으며, 그들은 이데아를 우호적으로 대해주었다. 하지만 익숙해지지 못했다. 1년, 2년, 3년…. 여전히 그의 일상은 방학이 시작된 뒤에야 다시 시작되었다. 물론 고요한 일상 속에서도 부엉이를 통해 날아드는 편지들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 여유 속에서 시작되는 또 다른 평화가 있었다. 그에게 있어 그 평화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깨져서는 안 되고, 깨질 수도 없는. 견고한 벽. 그러나 그리 단단한 벽은, 가장 잘 무너지는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책 속에는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 언젠가는 과거의 영국, 또 언젠가는 현대의 동양, 가상의 국가, 꿈속…. 그리고 그는 수 없이 많은 책을 읽었다. 그가 읽었던 모든 세계가 그의 내면에 공존한다. 책은 그의 스승이었고, 부모였으며, 형제였고, 친구였다. 물론,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그에게도 마찬가지였으며, 미래를 살아갈 그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니 그의 세계는 책으로 만들어진, 활자의 성이었다. 단순하고도 아름답고, 오로지 그만이 머무는. 언제나 그 문을 닫고, 홀로 그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책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는데, 왜 문을 열고 타인을 들여보내야 하지?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도시.

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평소와 같았다. 도서관에서 만난 머글 여자아이였다. 호그와트의 아이들이 생각날 만큼 따사롭고도 다정한 성격을 가진 아이. 방학 동안 아주 잠깐 만난 프랑스 학생. 사랑이나 우정 같은 거창한 감정도 아니었다. 그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예술을 사랑했다. 누구에게나 잘 웃는 아이였으며, 그 다정은 모두를 향한 사랑임이 분명했다. 이데아가 본 그녀는 그랬다. 그의 통찰력은 흠잡을 곳 하나 없었으니 아마 그가 본 그대로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데아는 늘 다정이나 애정 따위와 거리가 있었다. 자신만의 성 안에 틀어박혀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벽으로 만든 선을 넘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아이에게도 특별할 건 없었다. …그렇게 이별을 맞는다.

속보입니다. 런던에서 파리로 향하던 C항공 국제선이 엔진 고장으로 인해 디에프 근처 해안에서 추락하여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 승객 총 308명 중 사망 64명, 부상 31명, 실종 213명으로…….

Marionettes. Cut down all the strings, rewrite their presets.
Phases of the moon. We lived in a dead cocoon.
/ Mili, Poems of a Machine


나의 아발론, 나의 에덴, 나의…. 이데아.

4학년의 방학에서.